아샤
2019-04-22

매년 2월 말에 열리는 전국인권활동가대회는 말 그대로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활동을 하는 전국의 인권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친목을 다지고, 인권운동의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올해로 열여섯 번째를 맞이한 전국인권활동대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 느리지만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남북 간 평화분위기를 반영하여 ‘분단과 평화 사이’라는 주제로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간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기행을 염두에 두고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원에서 숙박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답사까지 다녀왔지만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되는 숙소를 찾기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T.T 특히나 지역에서는 그런 시설을 찾는 것이 거의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단지 숙소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동 수단에 이동로, 식당에 화장실까지...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현실이 장애인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로 다가올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년 격렬하게 이동권 투쟁을 하는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들이 떠오르며 앞으로는 좀 더 그들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연대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결국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여 서울 북부에 위치한 북한산생태탐방원으로 숙소를 정했습니다. 하지만 인권활동가 기간에 장애인 단체들의 총회가 겹쳐서 장애인 활동가가 아무도 못 오셨다는... T.T 그래도 괜찮았어요. 사회적 약자에게 친화적인 시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훨씬 이용이 편한 곳이니까요. 어쨌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16회 전국인권활동가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활동가대회에는 전국에서 약 65명의 인권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활동가대회를 준비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과연 단체소개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인데요, 오래 활동을 하신 분들에게는 너무 식상하고, 그렇다고 매번 새로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아이디어를 낸 것이 간단한 단체 소개와 함께 각 단체가 위치한 동네의 맛집을 소개를 덧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고민했었는데... 우려와 달리 폭발적인 반응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오히려 단체 소개보다 맛집 소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요? ㅋㅋ 행사가 끝나고 맛집 소개를 엮어서 참가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참고해서 도장깨기 하듯 각 단체 맛집에 다녀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저녁 시간에는 탈북민의 인권을 다룬 영화 <북도 남도 아닌>을 감상한 후 영화를 만드신 최중호 감독님과의 GV 시간을 가졌습니다. 북한탈출주민의 삶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요, 북한을 떠났지만 그렇다고 남한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받으며 살지 못해 외국으로 떠난 사람들, 그들의 일상과 꿈을 담담하게 담아낸 것이 인상적인 영화였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 그런지 활동가들의 질문도 많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감독님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찍게 된 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를 계기로 좀 더 많은 활동가들이 탈북민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날의 마지막 시간은 분단의 작동방식을 사진에 담아온 사진작가 노순택 님의 전시회 <핏빛 파란>의 사진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분단은 무언가를 보여줌으로써 무언가 감춰왔다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사진 속에 잘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둘째 날은 철원 지역으로 DMZ 인권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경원선 월정리역의 녹슨 철도와 기차(철마는 달리고 싶다)가 보여주듯 남북분단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며, 철원 노동당사, 평화전망대 등이 있어 평화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지요. 고석정을 시작으로 해서 원래 북한이 건설하다가 6.25 전쟁으로 인해 중단되어 이후 남한이 나머지 구간을 다른 공법으로 마저 완성했다는 승일교, 평양노동당사 다음으로 큰 공산당 건물이었다는(해방 직후 철원은 북한에 속했다지요.) 철원 노동당사, 남한의 최북단의 위치한 경원선 기차역인 월정리 역, 평화전망대 등을 둘러 보았습니다. 국경선 평화학교에서 나오신 전영숙님이 설명을 정말 잘 해주셔서 기행의 의미가 더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둘째 날 저녁에는 만찬을 즐기면서 서로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가 골든벨이라는 이름으로 간단한 퀴즈 프로그램을 준비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경쟁적으로 열심히 하셔셔 놀랐다는... ^^;; 맛있는 음식과 웃음이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인권운동더하기의 전체 회의로 제16회 인권활동가대회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이런저런 피드백을 주셨는데요, 좋았던 점도 이야기해주셨지만 각각의 프로그램을 총화하는 시간이 없었다는 점, 전체 인권운동의 전망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점 등 아쉬운 점도 나눠주셨습니다. 나눠주신 피드백은 내년 인권활동가대회를 준비하는 팀에게 넘겨서 올해보다 좀 더 나은 17회 인권활동가대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글 | 아샤  다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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