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의 검색 결과
지속 가능한 활동
긴장 풀고 이완 경험하기
이 정도면 오래 버텼다,쉬어야겠다.이런 생각이 든 건 온갖 감정의 파도에 빠져 허우적대다 겨우 조금 고개를 들고 숨을 몰아쉬던 때였다.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넘어가던 때,활동한 지 10년째 되던 해였다. 나는 청소년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2008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어쩌다 보니 이만큼 왔다.하지만 그 때부터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청소년운동에는 그동안 상근활동가와 같은 자리를 가진 단체가 많지 않았고,공식적으로 활동가가 쉬었다가 복귀한다는 절차와 체계가 마련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그러다 보니 다른 단체/운동에서 실행하고 있는 안식년(일 년 동안 유급 휴가)이라는 개념이 없기도 했고 활동가가 쉬었다가 복귀한 경험도 거의 없었다.개인들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알아서 휴식이나 복귀를 결정하곤 했다.나 또한 몇 년 정도 다른 단체에서 상근활동을 했을 때를 제외하면 생계를 위한 일과 청소년운동을 같이 해오다 보니 오히려 언제쯤 쉼을 가져야 할지 떠올리기 어려웠던 것 같다. 새로운 운동을 만들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버겁고,지금까지의 내 삶과 운동에 대해 좌절감이나 무력감이 커진 건 그만큼 내가 지쳤기 때문인 것 같았다.저임금,과로,불규칙한 생활,미래를 전망하기 어려운 현실들...많은 활동가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을 나도 겪고 있었던 것이다.그래서 일단 쉬기로 했다.당장은 어려웠기에 2020년에는 쉬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면서도 운동의 상황과 새로 제안받은 일들을 떠올리며 그래도 아직은 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하지만 언젠가 쉬기에 괜찮은 시기가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그 시기를 만들어서 스스로에게 선물해주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또 청소년운동 안에서 비교적 오래 활동해 온 사람인 내가 쉼을 갖고,재충전해서 다시 돌아오는 사례를 만들고 경험하고 싶었다.비록 우리 단체의 상황상 유급 휴가도 아니고 일 년 동안 휴식도 어려워지긴 했지만, 일단,쉬고지원사업이 있어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휴가를 맞아 3월에는 ...
지속 가능한 활동
말이 통하지 않는 자유: 베를린에서 3주살기
첫 여행은 무조건 베를린이다. 성인이 되고, 해외여행을 꿈꾸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막연히 생각했던 나만의 꿈의 여행지는 베를린이다. 베를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환상은 손잡고라는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게 되면서 더 깊어졌다. 손배가압류를 하지 않는 나라, 노동법원이 있는 나라, 손잡고라는 단체가 필요없는 나라! 심지어 통일도 했고, 독재청산도 한 나라! 매일같이 대책없는 문제들의 대책을 고민하면서, 태극기부대들의 타깃이 되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끓어 안고 무력함을 느끼면서 많이 지쳐가던 차였다. 그런 의미에서 베를린은 발걸음 닿는 곳마다 숨통이 트이는 도시다. 일단, 쉬고여서 가능했던 활동가 재충전 원래 계획은 9월부터 한 달 쉬기였다. 시작부터 쌓여가는 일정, 끼어드는 일정에 밀려 10월로 옮겼다. 한 달에서 3주로 휴가기간도 변경됐다. 대신 베를린에서의 2주를 3주로 변경했다. 숙소를 잡고, 비행기를 예약하고 난 후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 모르는 거 아니냐고 놀리는 운영위원에게 취소 수수료를 물어줄 게 아니면 농담도 하지 말라고 했다. 비행기 타는 날 새벽까지 일을 하고, 무계획으로 떠났다. 그나마도 일단, 쉬고의 지원금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일단, 쉬고는 무를 수 없음이 최고 장점이라 하겠다. 계획은 12시간 비행동안 충분했다. 잘 쓰여진 여행책 하나를 바이블 삼았다. 딱 이대로만 놀테다. 결정하고나니 계획없어도 할 일이 많았다. 일단 떠나고 볼 일이다. 교훈을 얻고 나니 이제는 틈만 나면 여행적금을 부어서라도 나갈 용기가 생겼다. 일단, 쉬고에 밝힌 나의 여행 계획은 무계획이다. 계획없이 동네구경, 사진찍기, 그림그리기를 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이루었다. 3주 동안, 첫 주는 관광객처럼 관광지 구경을, 둘째 주는 좋아하는 미술관 투어를, 셋째 주는 구석구석 베를린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 사는 구경을 했다. 주말 사이사이 포츠담과 드레스덴 같은 근교여행도 다녔다. 여행의 가장 행...
지속 가능한 활동
“남쪽으로 튀어” 대만 다크투어
일에 치이고 살림에 육아에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을 지나 모든 것을 놓고 여행이라니! 인권재단 사람에서 지원하는 쉼 프로젝트에 당첨(?) 됐다는 소식을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 설명회까지 다녀오고는 또 한참 잊고 있다가 그날(출발일)을 맞았다. 처음 기획은 일본 오키나와!! 다녀온 경험이 있는 대표님의 지휘하에 일사천리 잘~ 진행된다 싶더니 두둥!! 강제징용 사과/배상 요구에 경제보복으로 화답한 아베의 활약 덕분에 벌어진 사태는 도저히 일본으로 떠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했고, 급하게 찾아낸 곳 대만 타이베이. 우리나라와 꼭 닮은 역사를 지닌 그 곳으로 지금부터 떠나 봅시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아마 뮤지엄 (AMA MUSEUM) 좀 편하게 가고자 택시를 탔건만 택시기사님은 낯선 곳에 우리를 내려두고 가시고 폭퐁검색과 행인의 도움으로 찾아간 아마뮤지엄은 생각보다 너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곳에 있었다. 꼭 알아야 하는, 잊지 말아야 하는 역사가, 인권이 이런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약간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곳은 1층은 카페로 운영되며 관련된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들어가는 문 바로 앞에 있는 스크린. 관련된 다양한 질문이 한 페이지씩 나타나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겠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고. 나는 대답할 말을 찾아 한참을 그 질문 속에 있었다. 1층은 위안부와 관련된 기록들을 간결하면서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자 이 지난한 싸움의 기록이 각 연도별 영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국어로 자막이 나와서 비교적 상세하게 들을 수 있어 좋았다.(자막이 빠르게 흘러가 잘 못 읽은 부분도 있다는건 안비밀) 피해자들이 그린 그림, 피해자의 이름을 불빛으로 나오게 한 복도. 어느 한 곳도 쉽사리 지나치지 못할 역사의 기록 앞에 절로 숙연해졌고 마음 한켠 일렁이는 분노는 점점 거세졌고 나는 새삼 깨달았다. ...
지속 가능한 활동
분단과 평화 사이
매년 2월 말에 열리는 전국인권활동가대회는 말 그대로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활동을 하는 전국의 인권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친목을 다지고, 인권운동의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올해로 열여섯 번째를 맞이한 전국인권활동대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 느리지만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남북 간 평화분위기를 반영하여 분단과 평화 사이라는 주제로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간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기행을 염두에 두고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원에서 숙박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답사까지 다녀왔지만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되는 숙소를 찾기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T.T 특히나 지역에서는 그런 시설을 찾는 것이 거의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단지 숙소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동 수단에 이동로, 식당에 화장실까지...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현실이 장애인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로 다가올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년 격렬하게 이동권 투쟁을 하는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들이 떠오르며 앞으로는 좀 더 그들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연대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결국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여 서울 북부에 위치한 북한산생태탐방원으로 숙소를 정했습니다. 하지만 인권활동가 기간에 장애인 단체들의 총회가 겹쳐서 장애인 활동가가 아무도 못 오셨다는... T.T 그래도 괜찮았어요. 사회적 약자에게 친화적인 시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훨씬 이용이 편한 곳이니까요. 어쨌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16회 전국인권활동가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활동가대회에는 전국에서 약 65명의 인권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활동가대회를 준비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과연 단체소개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인데요, 오래 활동을 하신 분들에게는 너무 식상하고, 그렇다고 매번 새로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아이디어를 낸 것이 간단한 단체 소개와 함께 각 단체가 위치한 동네의 맛집을 소개를 덧붙이는 것이...
지속 가능한 활동
일단 텔레그램 삭제하고 제주에서 힐링
일단, 쉬고를 신청할 때부터 무지개행동 집행위원들은 모두가 들뜬 마음이었습니다. 산재해있는 성소수자 인권 현안과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성소수자 혐오, 차별 이슈들에 대응하며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무지개행동 집행위원들에게 일단쉬고는 정말로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2박 3일이 어찌 보면 짧은 기간이지만, 각 단체에서 주요한 업무들을 맡고 있고, 무지개행동의 사업을 집행하는 집행위원들이다 보니, 사업명처럼 여행 기간 내내 텔레그램을 삭제하고 업무를 신경 쓰지 않으며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의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시도해보고자 제주공항에 모여, 다 같이 텔레그램 삭제 의식을 거행하였습니다. 평소 여가 시간에도 습관처럼 확인하던 텔레그램을 삭제하고 나니, 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비록 1 명은 급한 업무로 텔레그램을 다시 깔 수밖에 없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초반의 의심을 불식시키며 텔레그램 없는 2박 3일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서의 2박 3일은 정말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족욕카페부터 정말 돌들만 있어 마음이 평온해졌던 돌문화공원,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던 제주의 숲과 바다, 그리고 산해진미까지. 비록 태풍과 함께한 2박 3일이었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추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합니다. 무엇보다 업무로만 보던 집행위원들과 업무와는 상관없이 서로 간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은 앞으로 집행위원들 간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인원이 제주에서 2박 3일을 보내기란,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재정적으로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기에, 선뜻 이렇게 여행을 다녀오기는 어렵습니다. 일단쉬고 덕에 함께 시간을 맞추고 재정 부담 없이 2박 3일을 제주에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쉼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 달래며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더 힘 쏟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도움 주신 인권재단 사람을 비롯한 후원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지속 가능한 활동
피곤한 활동가들이여, 일단 내 보시라. 그러면 어떻게든 쉬게 된다.
활동가들의 재충전과 쉼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보면서 매년 제출할꺼다라고 하면서도 내지 못했었다. 그것 자체가 일로 느껴지는 상황이라, 일을 뭐 하나라도 덜어내면 덜어냈지 쉬겠다고 뭘 더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비상한 용기가 생겼다. 사실 애 때문에 무조건 휴가를 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재정적인 부담도 컸고, 조바심 내는 휴가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극성수기가 어린이집의 여름방학이다 보니, 도대체 이 시기에 나는 어디에서 아이와 편안한 쉼을 가질 수 있을까가 매년 고민되었었다. 그러다가 일단, 쉬고고 눈에 확 들어왔고, 마침 제주의 삼달다방 이음동도 공사가 완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호라, 일단 쉬고에 선정되기만 한다면야 내 집처럼 편안한 삼달다방과 제주의 자연이 분명한 쉼을 주리라! 그렇게 우리 가족의 제주 삼달로의 여행이 시작됐다. 프로젝트가 선정되자 마자 일찌감치 제주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러나 아뿔사, 렌트카 가격을 대충 알아봤던 것이 실수였다. 극성수기여서 경차를 렌트하는데만 백만원을 호가했다. 결국 비행기를 포기하고 서울부터 차를 가지고 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제주도를 포기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일정이 끝나자마자 전남 장흥으로 달렸고, 다음날 완도에서 배를 타고 제주로 들어갔다. 제주도 표선해수욕장 핸드폰 없이 휴가보내기 고백한다. 나는 일걱정, 돈걱정, 핸드폰 없는 3무(無)여행을 가겠다고 기획안을 냈지만, 안타깝게도 집에 두고 가지 못한 핸드폰은 나의 가방과 주머니에 항상 장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취지를 살려서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에는 핸드폰의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결심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다행한 것은, 대부분의 시간을 바닷물 속에 들어가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핸드폰의 메시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주도라는 지역적 조건과 극성수기 휴가철이라는 시기조건이 나는 휴가 중임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했다. 사실 기존에는 휴가를 쓴다는 것도 미안해서, 다른 활동가들이 고생하는데 애 있다고 쉬는 게 민망해서, ...
지속 가능한 활동
"마음 졸이지 않아도 괜찮아" 용기와 여유를 준 안식년 여행
1년이란 안식년이 막상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1년이나 쉬는데 해외는 나가봐야 하지 않을까? 멀리 한번 가야하지 않을까?란 마음에 런던행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영어도 잘 못 하는데 의사소통은 가능할까?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특히, 없는 살림에 가는 유럽이었던지라 호텔 등 숙박비를 감당할 수 없어 에어비앤비와 캠핑장을 주로 이용하고 교통수단도 렌트카 등을 주로 이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걱정은 갈수록 부풀어 올랐습니다.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고민의 풍선이 터지기 직전 드디어 런던으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우아하게 캐리어를 끌고 입국장에서 공항 패션을 선보이며 인증샷을 찍는다고 하는데, 캠핑할 목적의 용품들을 담은 대용량 캐리어를 끌고 배낭 가득 짊어진 짐은 생활 여행자로서의 출발을 알리는 시작이었습니다. 4월 29일 출국하여 26일 동안 런던, 파리, 스페인 도시 곳곳을 누비며 생활 여행자로서 잘 살아남아 현재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100년이 넘은 런던의 지하철에 짐을 옮기느라 애를 먹었지만 템즈강을 바라보며 무거운 어깨를 쉬고, 주문이 어려워 매번 식당에서 어설프게 주문한 파리 레스토랑의 음식은 생애 최고의 별미였습니다. 높은 서비스 비용, 주말마다 문을 닫는 런던, 파리, 스페인의 슈퍼마켓 등 편의시설을 보면서 24시간 불 밝혀진 한국의 편의점 불빛이 노동자들의 삶에는 어두운 그림자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숲이 아닌 키 낮은 건물, 재건축재개발이 아닌 오래된 건물을 고수하는 유럽의 문화가 조금 더 달리 보였습니다. (물론 누군가의 삶을 뉘일 비용은 유럽이나 한국이나 높은 건 마찬가지 였습니다.) 곳곳 마다 세워진 고성들과 중세시대의 예술품들을 보고, 한 블록마다 있는 미술관들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감동을 받았습니다. 책에서만 접하던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실제로 본 감동은 책의 느낌과는 다른 살아서 꿈틀대는 두근거림이었습니다. 특히,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전시된 피카소의...
지속 가능한 활동
Under the sea~♬
오랜만이다. 다이빙.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엄청난 두려움이 몰려왔다. 지나치게 오랜만인데 괜찮을라나? 하얗게 질린 얼굴로 멀미약을 먹고, 슈트를 입고, 부츠를 신고, 허리에 웨이트를 차고, 마스크를 쓰고 배에 오른다. 여전히 두근두근. 입수 준비를 하라는 강사님의 말에 숨이 막혀온다. BCD를 입고, 핀을 신고, 호흡기를 물고, 하나, 자...잠깐만!! 하나, 둘, 셋!! 첫 다이빙은 형편없었다. 이퀄라이징(압력평형)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귀는 미친 듯이 아프지, 중성부력이 맞지 않아 바닥에 흙먼지를 일으키고 다니지... 긴장과 멀미 때문에 배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모든걸 토해냈다. 괜찮아? 으....나..못할 것 같아. 내가 왜 돈 내고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이게 무슨 쉼이라고 내가 이걸 프로젝트에 낸 건가. 제정신이 아니었구나. 점심을 먹고 잠시 쉬자 조금씩 기운이 돌아온다. 첫 다이빙이라 지나치게 긴장해, 몸이 뻣뻣하게 굳어서 이퀄라이징이 더 안 됐다는 강사님의 말에 딱 한 번만 더 해보기로 결심한다. 한 번만 더 해보고 그래도 아니면 다음 다이빙은 안하고 쉴거야!! 레드필터가 떨어져나가서 색깔이 칙칙하다 「입수때부터 이퀄라이징을 계속 했더니 귀가 하나도 아프지 않다. 할만하다.」 「이번에는 중성부력이 맞아서 천천히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나오기 전에 거북이가 풀 뜯는거 봤음. 밑에 빨판상어도 두 마리 있었음.」 「난파선 통과해서 가는 거 재밌다.」 「앵커에서 서로 발목 잡고 연처럼 날리는 거 재밌다. 문어 봤다!! 어떤 아저씨가 탐침봉으로 찌르니까 색깔이 변했음. 신기하다.」 「하강시 이퀄라이징 잘 됨. 이퀄라이징만 잘 되면 그 다음부턴 편하다. 전기조개!! 반짝반짝 신기하다. 8~9m 쯤에서 핀 벗고 놀았음. 재밌다.」 로그북에 적힌 멘트들이다. 발전하는 게 보이는가? 장하다 나자신. 멋진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었는데, 강사님 SD카드가 고장나서 공유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자랑하고 싶은데, 쩝 다이빙이 익숙해지니 산호...
지속 가능한 활동
마침표를 고민하기 전에 쉼표부터 찍자
제가 속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소문난 바쁜 조직입니다. 일년 365일 계절을 가릴 것 없이 투쟁하고 토론하고 활동합니다. 아니, 차라리 1년 365일이 모자라다는 말이 더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활동가들 각자 활동으로 정신이 없다보니 힘겨움과 지침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했고, 서로간 마음의 벽도 생겨났습니다. 활동을 통해 세상을 바꿔가면서 활동가의 삶도 같이 좋아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불행하게 되었습니다. 바쁘디 바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활동가 모두에게 쉼표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바로 그 때 일단,쉬고:그룹의 공고가 떴습니다. 마치 한여름 더위 속에서 참을 수 없는 청량음료의 유혹처럼, 이 쉼과 재충전 프로그램이 열심히 활동해온 전장연 활동가들에게 시원한 촉매제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420 투쟁을 코 앞에 두고 모두의 바람을 담아 엠티 계획이 담긴 지원서를 쓰고, 다행스럽게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편안한 안식이 되기 위한 엠티 프로그램은 여러 사정과 모두의 이야기 속에서 많은 변동이 있었습니다. 그룹구성원의 범위가 확대되었고, 장소도 바뀌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많은 고민과 논의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결의했습니다. 일단,쉬고는 활동가들의 쉼을 위해 만들어졌고, 따라서 이 쉼의 의의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엠티를 만들어 가기로 말이죠. 강릉에 도착해서 우리는 최대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워크샵처럼 빡빡하지 않도록, 서로에 대해 잘 알기위한 프로그램 사이사이에는 넉넉한 자유시간으로 충분히 쉴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중에도 서로를 제약하지 않고 서로의 쉼을 침해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2박 3일의 짧은 기간에서도 많은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엠티의 첫 프로그램으로 우리는 가볍게 현재 마음을 사진이나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모습, 머리를 쥐어짜는 사진을 보며주기도 하고, 해바라기 그림을 보여주며 밝은 부분을 찾으려 하는 모습도 보...
지속 가능한 활동
이대로도 괜찮아! 2박 3일 철원 여행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 으쌰으쌰 하나 되어 노를 젓는 가운데 찾아온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만난 급류를 신나게 타면서 희열 속에 고취되는 협동의식. 우습지만 10년 전 어느 날부터 내가 그려온 이상적인 한 장면이다. 그런 순간을 함께 보내고 나면 더 단단해져있을 거라는 기대로 품어온 로망. 그 로망을 실현하게 됐다. 인권재단사람의 일단,쉬고:그룹 지원 덕이다. 더불어 지원해보자고 마음을 모아준 사랑방 동료들 덕이다. 어쩌다 다시 철원 6월 9일부터 11일까지, 2박 3일 동안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들이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내겐 세 번째 철원 방문이었다. 올 초 인권활동가대회를 준비하며 사전답사로 처음 가보고, 인권활동가대회 주요일정이었던 DMZ 순례에 이어 올해에만 세 번째. 다시 철원을 향하게 된 건 순례코스였던 승일교 위를 걸을 때 내려다보았던 한탄강의 물 색깔이 너무 예뻐서였다. 이곳에서 한여름 시원하게 래프팅을 즐겨라! 맞은편 커다란 광고판이 우리를 향해 말을 건 것 같았고, 내가 품었던 로망이 구식이라고 놀렸던 동료도 이런 옥빛의 한탄강에서라면 래프팅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일단,쉬고:그룹 지원 공고는 그런 바람을 구체적인 여행계획으로 추진하게 이끌었다. 한 단체 활동가들끼리 가면 분명 회의할 거라 지원을 안 해준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아서 하는 게 아닌 회의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며, 2박 3일 함께 하는 시간을 잘 누릴 작정이라고 굳이 덧붙여 강조하며 지원을 했다. 우리의 여행 프로젝트 이름은 일단, 친해지자였다. 작년부터 1년 새 3명이 새로 입방해 현재 7명의 상임활동가들이 사랑방 활동을 일구어가고 있다.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하는 설렘은 바쁜 일상 속 어느새 익숙함으로 바뀌었다. 익숙함 그 자체가 문제되진 않는다. 하지만 익숙함을 이유로 눈짓, 손짓, 말 걸기가 필요한 어떤 순간들을 지나치고 말 때가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어떤 틈새가 필요하다. 일상과는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지내며 그런 틈새를 발...
지속 가능한 활동
안전하게 고독해 질 수 있는 시간 : <일단,쉬고2> 를 다녀와서
고양이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반드시 마련해야한다. 고양이들은 낯선들이 방문을 하거나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때, 세상과 분리되고 싶을 때, 그것도 아니면 누구도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낄 때,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숨을 수 있는 공간은 고양이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작년에 몸이 아파서, 강제로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혼자있는 시간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숨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말이 색을 바꾼 볼드체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쉼이라는 말의 의미도 달라졌다. 처음에 강제로 집에서 쉬게 되었을 때는 강제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들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마치 세상으로부터 밀려나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런데 관계들로부터 외떨어져있는 상황이 점차 평온하게 다가왔다. 아프기 전까지는 피곤한 몸을 회복하는 것이 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쉼은 단지 그것만은 아니었다. 외부로부터 단절되고, 심지어는 골똘하게 생각하는 자기 자신과도 단절하여, 그렇게 숨을 수 있는 시공간 속에서 그저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하여 고요하고 텅 빈 고독을 느끼는 것이 쉼이었다. 내가 참여해 본 인권재단 사람에서 준비한 활동가 쉼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쉼의 의미를 충실히 담고 있었다. 올해는 태풍 때문에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나의 경우에는 커다란 창문 밖으로 보이는 폭풍의 풍경, 창문에 맺힌 빗방울들과 주변의 모든 소리를 다 집어삼킨 바람소리와 그 외부로부터 분리된 공간을 느끼는 시간이 참 좋았다.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공간과 안전하게 고독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이 모든 것은 타인들과 공존하지만 관계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여유롭지만 심심하지는 않고, 잘 준비되었지만 강요받지는 않는 프로그램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이 글의 끝은 상투적이고 촌스럽지만 당부의 말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인권재단 사람의 쉼 프로젝트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더 많은 활동가들이 3박 4일동안 평안하게 ...
지속 가능한 활동
그냥 떠나서 큰 쉼을 얻다 : 베를린 여행
그냥 떠나서 큰 쉼을 얻다 떠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대한문 쌍용자동차 분향소는 보수세력들에게 둘러싸여있고 비정규직의 여러 현안도 쉽게 풀리지 않고 있었다. KTX 승무원 교섭은 막바지였지만 안심할 수도 없었다. 내가 있고 없고는 그 문제 해결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마음이 어찌 그렇던가. 그래도 과감하게 비행기를 탔다. 너무나 오랫만에 맞이한 장기 휴가였다. 베를린은 월세가 매우 싸다. 사람들은 굳이 집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성인이 된 학생들이 자유롭게 독립을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베를린 상점의 노동자들은 친절하지 않다. 그래도 물건을 사러 온 사람 누구도 채근하거나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감정노동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였다. 장애인들도 많이 만났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집도 꽤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은 어디든 휠체어로 갈 수 있다. 버스와 지하철 모두 자유롭게 탄다. 상점들은 문턱이 없다. 겉핥기로 본 모습이지만 한국사회의 문제들이 여기에서는 문제가 아니다. 베를린에 동생 네 동네 어귀에는 사람이름과 글들이 빼곡히 새겨진 안내판이 있다. 그 동네에서 유태인 학살로 숨진 이들의 이야기이다. 아프고 부끄러운 과거를 기억하는 공간은 아우슈비츠에만 있지 않다.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기억하고 새긴다. 사진에서 보듯이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공간도 베를린 시내 한가운데 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들이 나고 자란 안산에 4.16 생명안전공원을 만들어 생명과 안전에 대한 다짐을 하고자 했다. 기억과 반성의 공간은 바로 우리 삶의 자리여야 한다. 베를린은 예술가의 도시이다. 돈이 없는 사람도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페라의 최종리허설 표를 무료로 나눠주고, 10유로짜리 오페라 좌석을 만든다. 베를린에서는 아침에 눈을 뜨기 전에 거리에서 연주되는 악기 소리를 먼저 만나게 된다. 거리를 나서면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플룻을 연주하는 이들과 만난다. 도시 곳곳...
지속 가능한 활동
한 번 가보자 유럽 : 베네치아에서 파리까지
조금은 뜬금없이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여행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경험과 기운을 불어넣기에는 다른 시공간으로 나를 던져놓는 여행만큼 효율적인게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다보니 어느새 예산은 초과되기 시작했고, 일단 다녀와서 굶자는 생각을 할 즈음, 인권활동가 재충전 프로젝트 일단, 쉬고를 알게 됐다. 재충전은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되는 법이니, 알아서 계획을 세워오면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취지가 어찌나 고마웠던지. 그렇게 나의 베네치아-파리 유람은 시작됐다. 베네치아, 어드벤처 테마파크 아주 오래 전부터 대표적인 관광지였다는 베네치아에 대해 내가 들은 최근 뉴스는 너무나 많은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서 주민들이 시위를 했다는 것이었다. 왠지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난 바로 그 대표적인 관광지를 찾아 날아온 한국인 관광객인 것을. 도착 당일, 베네치아 본섬으로 들어가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긴 다리에서 보이는 베네치아의 모습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마치 디즈니랜드와 같은 거대 놀이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6~7세기에 만들어졌다는 베네치아가 그런 판타지 이미지의 원형이 아닐까 싶었다. 바다 위에 건설한 거대한 인공구조물들, 그 곳에서 몇 개월동안 이어지는 각종 카니발, 한 몫 잡기를 바라는 상인과 선원들의 도시. 역사 속에 존재했던 어드벤처 테마파크의 실사판이 이런 게 아닐까? 환영받지 못하는 관광객이라는 걱정은 베네치아에 도착한 순간 사라졌다. 놀이공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관람객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두 베네치아에 모인 것 같았다. 다들 신기한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사진찍기 바빴다. 석호 위에 건설된 도시이다보니 차가 다닐 수 없고, 오로지 좁은 골목길과 수로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로 끝없이 이어졌다. 배를 타거나 오로지 두 발로만 걸어다녀야 하는 곳. 흥에 겨워 걷는 내 옆으로 청소노동자들이 폐기물 수레를 힘겹게 끌고 한 계단씩 다리를...
지속 가능한 활동
무념무상, 돌봄의 시간
무념무상,돌봄의 시간 2010년에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활동가로서 삶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6개월간의 안식월을 갖게 되었습니다.그 전에도 휴가나 휴식을 가지긴 했지만 인권운동과 관련된 활동을 모두 멈추고 길게 쉬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네요. 이전까지는 쉼이라는 것에 대해 별 고민이 없었습니다.그런데 쉼이 절실했구나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활동을 꾸려가고 사람들을 만나 어떤 변화를 만나면서 즐겁고 기쁠 때도 있었습니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내 안의 울림이 만들어낸 활동이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자신을 무겁게 누르던 상황도 참 많았습니다.안식월을 보내면서 그랬던 몸과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네요. 그래서 올해의 봄과 여름은 그렇게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돌보는데 충실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촛불 이후 뭔가 해야는 거 아니야?라며 치닫고 달려가려는 내 자신에게 잠깐 멈춰보면 어때라고 토닥였던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 가보고,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초원과 사막에도 있어보고,하루 종일 TV만 보면서.하지 않았던 혹은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 정말 무념무상의 시간이었습니다.그렇게 6개월의 쉼의 끝자락에 인권재단 사람에서 인권활동가들의 마음돌봄과 쉼을 위한 무념무상 프로그램 소식을 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무념무상이란 말에 끌려서 그렇게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오랜만에 남원시 산내면을 찾았습니다.산자락에 위치한 흙집에서 참가한 분들과 첫 인사를 할 때만 해도 예전에 종종 가던 여러 워크숍과 똑같은 거 아닐까란 생각도 했습니다.그 뒤 3일을 있으면서,새로운 경험이자 쉼이었습니다. [살래화폐] 인상 깊었던 건 살래화폐였습니다.살폐화폐를 이용해서 산내면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을 이용할 수 있었죠.프로그램 준비에 함께 해주셨던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 이음덕분에 재밌게 쉬는 경험을 했습니다.근처의 둘레길을 걸으며 땀 흘린 뒤에 마지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지리산문화공간 토닥에서 시원하게 음료도 마시고 ...
지속 가능한 활동
재충전을 위한 힘
재충전을 위한 3개월의 쉬는 시간 힘 조절이 부족했던 나에게 찾아온 약간은 우울한, 처음 만난 시간들. 나를 스스로 확인하고, 점검하는 시간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른채 활동을 하다보니 이런 시기가 찾아온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계획지 않게 활동에 잠시 쉼을 주었고, 3개월의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이 가장 큰 목표였다. 그래서 여행 계획은 느슨했으며, 언제든 기존 계획에서 약간의 변형은 즐기기로 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계획했지만, 여행을 하면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체코, 독일로 변경되었다. 인터넷은 모든 곳에서 잘 되지만, 그래도 매일 고민하고 관여해야했던 일들에서 살짝 물러나 매일 나만 고민하고 생각하는 3개월은 충분한 휴식이 되었다. 물론 여행은 매번 마지막이 되어서는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말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하면 긴 호흡을 가지며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답은 쉽지 않았다. 긴 휴식의 기간은 당연히 재충전이 되기도 하지만, 충전된 에너지를 어떻게 잘 나누어 쓸것인가가 관건인데, 또다시 급박한 사이클 안으로 들어가서 나를 열심히 챙기지 않으면 결국 열심히 모아놓은 에너지는 한순간에 방전될것이라는 생각이 되뇌어졌다. 그래서 다시 활동공간으로 돌아가서는 규칙적이지는 못할지라도 꾸준히 운동을 하리라 다짐했고, 실제로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나름의 성공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느리고 화려하지 않지만 규칙적인 생활 어떤 곳이라 할지라도 바쁘지 않고, 힘들지 않은 곳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활동하는 공간은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만만하지 않은 곳이다. 갑작스러운 상황들이 너무 많이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보니,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는 평소의 생활보다 훨씬 느릿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자 하였다. 그래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 나에게 필요...
지속 가능한 활동
오래오래 활동하기 위해서
1. 지원서를 쓰기 시작하며. 활동을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도, 주위의 활동가들도 하나씩 지치거나, 피곤하거나, 병을 갖게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상황을 인지하는 순간에는 조심하거나, 신경을 쓰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고, 더 집중하고자 하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다보면 건강은 어느새 뒷전이기 일쑤였다. 건강하게, 오래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 건강을 지키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돈도 돈이고 시간도 시간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여유였다. 내가 없어도 세상을 잘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없어서 내가 하던 일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라는 불안감도 컸다. 같이 활동하는 활동가들을 100% 신뢰하지만, 늘 갑작스런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이나, 그 순간에 내 책임의 일을 내가 다 하지 못할 것이나 사안을 내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이 항상 있었다. 그래서 사무실을 며칠이라도 떠나게 되면,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홈페이지와 각종 사이트들을 무한반복해서 보고 또 보며,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꽤나 노력했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출장을 간들, 휴가를 간들 100% 그곳에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도 같다. 그래서 이번 사업의 지원 목적에는 정말 다 내려놓고 나만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 가장 컸다. 2. 치앙마이로 떠나자! 치앙마이는 꼭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꿈꾸던 곳이었다. 특히 치앙마이 옆 빠이는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소문을 익히 들었고, 치앙마이를 다녀온 친구들은 꼭 치앙마이와 빠이에는 다시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곳, 크지 않은 도시, 휴식을 위한 곳을 생각했을 때 치앙마이가 떠오른 것은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걸렸던 것은 7월이 태국의 우기라는 점이었다. 걸핏하면 비가 온다는데, 가도 되는 걸까? 라고 몇 번을 고민했었는데, 결국...
지속 가능한 활동
제주 4·3 70주년, 인권으로 역사를 여행하다
제주 43을 몸으로 새기고 인권과 변화를 이야기하다 2018년은 70이라는 숫자가 여러 갈래로 새겨진다.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이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점령 70년이다. 그리고 제주 43 70년이기도 하다. 2차 대전이 종식되고 좌우 대립이 극에 달하며 대리전이라 평가되는 625전쟁이 발발하기까지 세계사에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면 정리된 역사를 살피면 된다. 하지만 당대에 살았던 이들이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경로로 집단의 감정을 만들어냈으며, 그 정동은 무엇인가를 추론하는 것은 나로선 상상조차 어렵다. 그동안 변화를 위해 어떤 투쟁이 있었고 무고한 희생이 있었으며,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를 찾고 읽는 것은 지금을 살고 있는 이들의 책무이기도 하다. 몇 편의 43 연구 자료와 몇 년 전 찾은 43기념관의 전시물, 몇 년 전 개봉한 영화들이 그간 나름 찾아보았던 43의 자료들이다. 텍스트로 접해온 사건은 경험보다는 감각적 데이터로 남는다. 무엇보다 제주를 관광지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인지 인권활동가대회를 제주에서 한다는 얘기에 반가움과 피로가 엄습했다, 43을 제주에서 이야기하는 것, 다른 이도 아니고 인권활동가들과 4.3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수반한다. 그럼에도 43이었기에 가야했다고 생각한 건 적어도 인권활동가라는 이름이 부여한 사명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 섯알오름 학살터 43은 일제치하부터 625전쟁 이후에 이르는 시간을 아우른다. 사건은 좌우이념대립과 이승만 정부의 명분을 위한 좌파 색출, 그리고 그 가운데 일어난 민중학살을 제주의 지정학적 장소에 함축한다. 복잡한 맥락은 43을 무엇으로도 호명할 수 없도록 만든다. 사건의 맥락이 방대한 만큼 43유적은 일제 강점기 비행장부터 군사시설, 학살터와 묘지, 위령비, 은신처와 피해생존자 삶터까지 두꺼운 층위를 아우른다. 제주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수식들이 무슨 역사를 숨기고 있는지, 기록과 흔적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찾아볼 것을 요청한다. 43...